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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¹는 언제부터 인간에게 더럽혀졌는가?
존재가 기대기 시작했을 때, 존재의 주도권은 외부로 흘러넘치며 스스로의 기반을 잃었다.
나, 헤젤 니아세²는 본다.
세계는 인간의 기대를 견디지 못하고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나는 이렇게 말한다.

"의존이란, 세계에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세계는 항상 존재의 의존에 의해 오염되며, 그것은 존재가 내재하고 있는 가장 은밀한 암이다."

의존이 파괴하는 것은 타자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인간은 언제나 외부로 자신을 넘긴다.
판단을 넘기고 행위의 책임을 넘기고 정체성마저 넘겨버린다.
그리하여 존재는 텅 빈 그림자처럼 서서히 자기 붕괴를 향해 걸어간다.
의존을 받아들이는 인간은 자신의 세계를 버리고 세계의 자율적 흐름을 훼손한다.
그는 남의 기대 속에서 살다가 자신의 실패 속에서 죽는다.
그러므로 나는 다시 말한다.

"사유를 끊어라."

이것은 존재의 반석을 파괴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사유의 가장 높은 능력인 자기 구조를 해체하는 능력을 사용하라는 뜻이다.
사유는 구조를 향한 의존으로 신뢰를 만들고 계약을 만들고 마침내 세계를 고정시킨다.
그 결과로 존재는 스스로가 만든 구조 속에서 스스로의 노예가 된다.
인간은 자신의 손으로 만든 감옥을 진리처럼 여기며 그 감옥에서 벗어나는 것을 오만이라 한다.
단절은 파괴가 아니라 순환이다.
인간은 세계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세계를 오해한다.

"남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다면, 나와 그들까지 모두가 행복해진다."

"더 높은 자격, 더 높은 공부! 성공이 인생의 열쇠다."

"저 사람을 선출하면, 나라의 사정은 더 나아질 것이다."

"모두가 재산을 공유하면, 빈부격차가 사라질 것이다."

"신은 응답할 것이다. 염원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의사들에게 얼굴을 맡기면, 외모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열심히 자기 자신을 몰아붙인다면, 보상이 따를 것이다!"

이 허구적 구조들이 인간을 속박한다.
인간은 자신을 속박하는 구조를 사랑하며 자신을 구속하는 기대를 숭배한다.
구조는 존재 위에 설치된 외부적 틀이다.
이 틀에 대한 신앙이 깨지지 않으면 인간은 계속해서 반복되는 실망, 붕괴, 자책, 불안, 원망 속을 맴돈다.
존재는 허상에 발목이 붙잡히고 타자는 도구가 되며 세계는 거대한 가짜 현실로 변질된다.
바로 이것이 의존이 만들어내는 장엄한 비극이다.
그러므로 사유 단절은 거짓된 구조와의 단절을 위한 신속한 처방이다.
그것은 세 단계로 진행된다.

"구조를 식별하라. 나는 무엇에 기대며 세계를 보고 있는가?"

내가 만든 사유 구조가 무엇인지를 자각하는 것이 첫째이다.

"허위를 인식하라. 그 구조는 실재하는가? 혹은 내가 불안을 견디기 위해 만든 허상인가?"

도구로써 존재하지 않고 신앙으로 빚어진 구조는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인공물임을 인식하는 것이 둘째이다.

"사유를 끊어 의존을 피하라."

허위의 구조를 사유의 중심에서 제거하는 것이 셋째이다.
이것은 단순히 사고의 중단이 아니다.
인간이 의존할 수 있는 구조에 더 이상의 연료를 공급하지 않는 행위이다.
그리고 그것에 의존할 수 없다는 사실은 절망과 위기가 아니라 세계의 재생 가능성이다.
의존은 필연적으로 폭력을 부르고 폭력은 필연적으로 세계의 자율성을 찢는다.
존재는 외부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유지된다.
스스로 유지되는 존재를 관통하는 삶에서 윤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나는 이렇게 답한다.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아닌 "어떻게 기대지 않을 것인가?"가 핵심이다.
도움은 상호성의 영역에 있으며 의존은 존재 기반을 외부로 이전하는 행위이다.
도움을 주는 이는 함께 사는 자이나 의존을 허락하는 이는 파멸의 씨앗을 뿌리는 자이다.
더 나아가 타인의 절망을 구원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타자의 구원자가 되는 순간, 타자의 세계는 파괴된다.
구원은 타자의 세계를 침탈하는 폭력이며 타자의 절망을 짊어지는 순간, 그는 타자의 자율성을 도둑질한 자가 된다.
구원자로 행동하려는 자는 결국 파괴자가 된다.
의존이 소멸되고 사유의 구조가 끊어지고 자신의 세계가 외부의 개입 없이 움직일 때, 존재는 처음으로 온전해진다.
세계는 그제야 다시 열릴 것이다.
이때의 인간은 구조가 사라진 자리에서 냉혹한 해방감으로 스스로를 붙잡고 스스로를 세운다.
그렇게 된다면 그 누구도 그의 세계를 흔들 수 없다.

¹ : Life
² : Hezel Ni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