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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하드코어 액션 소설]어비스 셀 제로:두 여왕(Abyss Cell Zero:The Two Queens)-희극의 화신
jgkjustcreat 2026. 2. 5. 22:09
마침내 그들의 성원에 누군가 반응한 순간, 관객석의 위쪽으로 가장 높은 발코니에서 불현듯 거대한 붉은 벨벳 커튼이 천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기괴한 일체감으로 그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가면 뒤의 눈들이 무표정한 껍질 아래에서 하나같이 그 틈새를 뚫어져라 응시하며 경외와 숭배가 섞인 눈빛으로 단 하나의 존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조명들은 단 한 줄기의 빛으로 발코니의 정중앙을 향해 내리꽂혔다.
먼저 천장 위에서 아래로 늘어진 수십 가닥의 투박한 철제 와이어들이 보였고 조명에 반사되어 번들거리는 쇠줄들은 마치 거미줄처럼 엉켜 그 중심에 매달린 하나의 형상을 천천히 드러냈다.
보풀이 일어난 자주색 턱시도와 눅진하게 피로 물든 의수를 착용한 그 존재는 창백한 화장 아래로 비유가 아니라 귀끝까지 완전히 찢어진 입이 과장된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그 안쪽에서 고른 이빨들은 쏟아지는 조명들에 호박처럼 반짝였고 그는 발코니 난간에 발끝을 걸친 채 마치 태양을 향해 도약을 준비하는 이카루스처럼 몸을 뒤로 젖혔다.
관객석에서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파도처럼 일었다.
그리고 잔틀러 쇼¹는 뛰었다.
와이어들이 동시에 팽팽하게 당겨지며 쇳소리를 내질렀고 그의 몸은 발코니에서 추락하듯 날아들며 관객석 위로 아슬아슬하게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러면서 창공을 유영하며 날개짓이라도 하는 양 두 팔을 휘두르는 모습은 우아함과는 꽤 거리가 멀었고 추하고 과장된 몸짓으로 퍼덕일 뿐이었다.
사정없이 퍼덕여대는 팔로 허공을 긁어대던 잔틀러 쇼는 어깨에 매달린 와이어들의 불안정한 덜컹임을 즐기듯 웃음을 터뜨리며 관객들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끼이하하하하하!"
관객들은 그가 자신들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갈 때마다 갈채와 웃음을 폭발적으로 쏟아냈다.
"와하하하! 쇼오오!"
잔틀러 쇼는 그 모든 환호들을 온몸으로 받아먹듯 날개짓하며 그 궤도를 발레리아 헬스트롬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코앞에서 와이어가 급격히 감기자 여전히 허공에 매달린 채 허우적거리던 팔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추하게 퍼덕인 뒤, 가볍게 내려섰다.
그런 다음 갑자기 두 팔을 활짝 펼치며 광기 어린 만개의 형상으로 하늘을 향해 절정의 몸짓을 던졌다.
그 반동에 말미암은 일은 순식간이었다.
어깨를 붙잡고 있던 와이어들이 일제히 끊어지듯 떨어져 나가며 제각각 허공을 가른 채 날뛰었다.
"끄악!"
무자비한 쇠줄들의 궤적이 관객석을 향하고 비명과 함께 몇몇의 가면이 산산히 부서진 채 바닥으로 뒹굴었다.
"으아악!"
그 소란의 한가운데서 잔틀러 쇼는 관객석 맨 앞줄의 비어 있던 푹신한 의자 위로 몸을 내던졌다.
쿠션이 깊게 꺼지며 날아든 몸을 받아냈고 그는 그대로 등을 대고 누운 채 고개만 재빨리 돌려 양옆을 훑었다.
두 눈은 웃지 않았거나 분위기를 놓친 관객을 향해 쏘아졌고 다음 순간, 자주색 소매 아래에서 날카로운 곡선의 날붙이가 미끄러지듯 튀어나왔다.
그리고 손목이 쏜살같이 그들의 목을 스쳐 지나가자 몇 개의 머리가 가볍게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갑작스런 움직임은 너무도 신속했고 목숨들 또한 너무도 신속하게 사라졌다.
잔틀러 쇼는 벌떡 일어나 아직 허공에 떠 있는 머리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소매의 날붙이로 받아 올렸다.
그리고 그것으로 저글링이 시작되자 관객석에서는 다시 웃음과 박수가 터졌다.
잔틀러 쇼는 그 갈채들에 맞춰 경쾌하게 발을 튕겨 무대쪽으로 발레리아 헬스트롬 쪽으로 다가왔다.
그녀를 향해 걸어오는 와중에도 저글링은 멈추지 않았다.
발레리아 헬스트롬은 그 광경에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쳤다.
빛과 소음 그리고 눈앞에서 벌어진 참상이 한꺼번에 밀려오자 다리는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호흡이 멈췄다.
그녀가 등 뒤로 물러설수록 그 군상들과의 심적 거리감이 멀어지는 듯 했지만 시선은 감히 떼지 못한 채 잔틀러 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런 그녀의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끼이하하!"
찢어진 입이 더 크게 벌어지며 기쁨에 찬 웃음을 흘렸다.
그러다 잔틀러 쇼는 소매의 날붙이를 가볍게 휘둘러 공중에 떠 있던 그것들을 하나씩 순서대로 쳐내듯 관객석을 향해 날려보냈다.
마치 불필요한 소품들을 치워버리는 것처럼 둔탁하게 떨어진 소리와 함께 한때, 관객이었던 이들의 머리들은 조명 밖으로 무대 밖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마지막 동작을 마친 잔틀러 쇼는 가볍게 손을 털고 천천히 몸을 돌려 관객석을 향했다.
"자!"
그의 목소리는 다시금 천장을 타고 극장에 울려 퍼졌다.
"보셨습니까, 신사숙남 여러분! 이 극장에! 이 지옥에!"
잔틀러 쇼는 빠른 걸음으로 관객석 앞을 한 바퀴 돌며 손끝으로 발레리아 헬스트롬을 가리켰다.
"우리의 새로운 여배우가 입장했습니다! 그 이름하여, 퀸 오브 렘²! 왕관을 쓴 어린 양이자 오늘의 비련한 여주인공! 손뼉과 발뼉을 치며 맞아줍시다! 손발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그의 외침에 가면을 쓴 군중들은 다시 한번 광기에 휩싸인 채 일제히 자신들의 손과 발을 실제로 부숴버리려는 듯 격앙되게 쳐대며 연신 구호를 외쳐댔다.
"퀸 오브 렘! 퀸 오브 렘! 퀸 오브 렘!"
그 모습은 더 이상 인간들의 군상이라기보다 무대를 위해 설계된 일종의 괴기한 소품들처럼 느껴졌다.
그런 찰나에 잔틀러 쇼는 아직 천장에 남아 있던 와이어 하나를 낚아채듯 붙잡더니 온몸을 통째로 띄우며 쇠줄에 매달린 채 허공을 가로질렀다.
그것에만 의지한 채 관객석 중앙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곡예를 하듯 미끄러져 내려온 그는 자신을 향해 마치 경배하듯 뻗어오르는 수많은 손들 사이로 유려하게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의 입에서 선포처럼 울리는 공연의 주제가 흘러나왔다.
"비극 끝에 늑대들을 집어삼키는 어린 양의 서곡! 그것이 바로 오늘의 공연입니다! 모두들 준비되셨습니까? 신사숙남 여러분들은 준비되셨습니까!"
그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관객석은 극장의 모든 음향을 압도하며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예에에에에에!"
잔틀러 쇼는 그런 관객들의 열광을 온몸으로 흡수했다는 듯 일부러 중심을 잃은 것처럼 비틀거렸다.
그러고 다시 무대 정면을 향해 몸을 틀며 목소리를 다시 크게 끌어올렸다.
"자, 그렇다면! 우리의 새로운 여배우도 준비되셨습니까!"
그는 그 말을 끝내자 팔을 과장되게 크게 휘저은 뒤, 손을 귀 옆으로 가져다 댔다.
마치 끝까지 대답을 기다리겠다는 듯 표정에 익살스러움을 더하며 일부러 귀를 쭉 내밀었다.
"아…!"
갑작스럽게 수백 개의 이목이 자신을 향하자 발레리아 헬스트롬은 본능적으로 숨을 삼켰다.
정면에서 양옆에서 아래에서 그리고 위에서 모든 사위의 시선들이 자신을 향해있음을 느끼는 순간, 그녀는 등골을 타고 기이한 한기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이 공간을 조용히 벗어나고 싶었지만 천장 위의 조명도 음악도 관객들의 열기마저도 전부 자신을 향하고 있음에 그녀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음을 느꼈다.
이 소란들의 한가운데서 발레리아 헬스트롬은 더는 관객으로 남아 있을 수 없었고 이제 공연의 차례는 그녀에게 넘어가 있었다.
그녀의 말은 떨리는 입술 사이로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저, 저는…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잔틀러 쇼는 기다렸다는 듯 몸을 더욱 기울며 귀를 과장되게 내밀었다.
"응? 뭐라고 지껄이셨죠? 잘 안 들려요, 퀸 오브 렘!"
이윽고 발레리아 헬스트롬은 두 눈을 감은 채 외쳤다.
"저는…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제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뭐가 뭔지 설명을 해주세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무대 한복판에 홀로 내던져진 채 연이어 일어난 상황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간신히 내던진 질문은 마치 어린아이가 건넨 천진한 의문처럼 투명했다.
그 속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혼란과 두려움이 실려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감정들은 잔틀러 쇼에게 단 한치도 전해지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귀까지 찢어질 듯 말려 올라간 과장된 미소를 머금은 채로 관객석을 향해 익살스럽게 속삭여댔다.
"우리의 어린 양은 아직 수줍음이 많고, 무대 공포증도 있는 것 같군요. 그러니 우리, 버러지 같은 관객 여러분들께선 부디 좁디좁은 양해와 함께 야유를 아낌없이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관객들은 마치 신호라도 받은 듯 하나같이 의자를 박차며 일어났고 격렬한 야유의 파도를 만들어냈다.
"우우우우! 꺼져라! 공연을 망치지 말고, 나가 뒤져라!"
공연은 이제 발레리아 헬스트롬의 다음 반응 하나로 갈림길을 맞이하려는 듯 위태롭게 균형을 타고 있었다.
"꺼져라, 고어 고릴라³ 패거리 같은 근육 괴물년!"
생전 처음 겪는 수백 명의 다수 앞에서의 압박과 야유 그리고 조롱에 발레리아 헬스트롬의 눈가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몸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얼어붙었고 심장은 거칠게 뛰었으며 온 세상의 적대가 자신 하나에게 쏟아지는 듯한 감각이 온몸을 짓눌렀다.
하지만 그 순간, 잔틀러 쇼가 가볍게 손뼉을 쳤다.
그 신호에 맞춰 관객들은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즉시 발레리아 헬스트롬을 향해 쏟아내던 모든 적의를 거뒀다.
삽시간에 잦아든 야유는 그것보다 더 잔혹한 정적으로 그녀를 감쌌고 그 침묵 속에서 잔틀러 쇼는 유쾌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드립죠. 제 공연을 이대로 망치실 건가요, 퀸 오브 렘? 이래서야… 기껏 초빙해 온 보람이 없잖습니까!"
표정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 속에는 왠지 모를 무언의 압박이 깃들어 있었다.
발레리아 헬스트롬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어떻…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제가 뭘 해야 할지… 전 정말 모르겠는걸요…"
그녀의 눈빛에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과 절박함을 감지한 잔틀러 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를 더욱 찢어지게 끌어올렸다.
"흐음… 좋습니다. 좋아요. 반성하는 태도는 아주 좋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다시 말씀드리죠. 그 쓸모없는 귀떼기를 열고 똑똑히 들으세요. 오늘의 공연 주제는…"
말을 끊고 그는 갑자기 몸을 빙글 돌리더니 한 팔을 하늘로 치켜올렸다.
"비극 끝에 늑대들을 집어삼키는 어린 양의 서곡입니다."
고개가 한껏 기울었고 귀는 쭉 앞으로 내밀어지며 잔틀러 쇼는 짐짓 화났다는 듯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자, 다시 퀴즈! 이 공연의 주제가… 뭐라고 했죠?"
발레리아 헬스트롬은 잔뜩 긴장한 채 그가 알려준 공연의 주제를 더듬었다.
"비… 비극 끝에… 늑대들을 집어삼키는… 어린 양의 서곡이요…?"
그제야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었다는 듯 잔틀러 쇼는 두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오호! 좋아요! 이제 집중이 아주 잘 된 것 같군요! 그 집중력을 꼭! 꼭! 꼭! 공연의 끝까지 잘 유지하도록 하세요! 자, 그렇다면! 이제 공연을 시작하도록 하지요!"
잠시 뒤로 물러난 그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조명이 조금 더 밝아지며 무대의 중심에 선 발레리아 헬스트롬을 선명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네? 아니 잠깐…!"
그녀는 급히 다시 말하려 했지만 이미 음악과 조명이 말을 삼켜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무대 뒤편에서 바닥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치솟아 오르는 플랫폼 위에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는 LM-06827이 쇠사슬에 꽁꽁 묶인 상태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에 맞춰 그의 처참한 상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겠다는 의도였는지 조명은 광도를 보란 듯이 더욱 환하게 높였다.
고개를 떨군 채 피부는 피가 모두 빠져나간 듯 창백했고 전신에는 시퍼런 멍 자국과 고문의 흔적들이 분명했다.
그것을 확인한 발레리아 헬스트롬의 눈이 단박에 커졌다.
"더미…?"
숨이 막히는 충격과 함께 그녀는 거의 본능처럼 그의 곁으로 달려갔다.
조명이 그녀를 따라 움직이며 두 인물을 극적으로 비췄고 관객석에서는 갈채와 웃음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발레리아 헬스트롬은 LM-06827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더미! 괜찮아요? 눈 좀 떠봐요! 나에요! 눈 좀 떠봐요… 제발!"
그녀는 그에게 다가가 두 뺨을 감싸며 애절하게 속삭였고 가슴께로 귀를 가져가 심장의 박동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아주 미약하지만 규칙적인 고동 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그녀는 눈물을 머금은 채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곧장 뒤돌아 잔틀러 쇼를 노려보며 사납게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당신… 더미에게 무슨 짓을 한 거에요!"
그러나 잔틀러 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뒤에서 팔짱을 낀 채 고개만 기괴하게 옆으로 꺾인 후, 찢어진 입가를 더욱 찢어질 듯 벌려 싱긋 웃어 보일 뿐이었다.
"이…!"
조롱 어린 그 반응에 발레리아 헬스트롬은 그저 입술을 떼어 욕지기를 쏟아내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부족할 만큼의 분노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옆에서 가늘고 낮은 기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콜록…! 콜록! 커크헉… 켁!"
쇠사슬에 감긴 채 고개를 늘어뜨리고 있던 LM-06827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입가에는 핏방울이 엷게 맺혀 있었고 목소리는 힘이 없었건만 뚜렷하게 의식을 찾고 있었다.
마저 핏물 섞인 기침을 토해낸 그는 피곤이 만연한 미소를 띤 채 가까스로 발레리아 헬스트롬을 향해 입술을 달싹거렸다.
"아하… 아하하… 이거 참… 이런… 여왕님께, 못 볼 꼴을 보여드렸군요. 죄송합니다… 콜록!"
그녀는 LM-06827의 흐릿하게 꺼져가는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며 다독이듯 말했다.
"더미… 지금은 말하지 마세요. 상태가 너무 안 좋아요."
그녀의 두 손이 그의 어깨를 감싸며 싸늘한 체온을 데웠다.
LM-06827이 의식을 되찾았다는 사실에 안도했지만 동시에 참담하게 결박된 그의 모습은 그녀의 심장을 꽉 옥쥐어오는 듯했다.
"제발… 입 열지 말고 조금만 쉬고 있어요.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그녀는 애써 침착하려 했지만 LM-06827의 기침 끝에 입가에 번진 핏자국을 바라보던 눈고랑에는 다시금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발레리아 헬스트롬의 간절함과는 무색하게 그녀가 전혀 눈치채고 있지 못한 진실이 한 가지 있었다.
아까 전부터 LM-06827이 의식을 찾고 입을 열은 이후로 동시에 반대편에 서 있던 잔틀러 쇼 또한 똑같은 입모양으로 그의 말을 따라 하고 있던 것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단순한 흉내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마치 고도로 숙련된 복화술처럼 오히려 잔틀러 쇼 쪽이 반 박자 빠르게 입을 놀리고 있었고 그가 먼저 말을 뱉으면 LM-06827이 따라하는 듯한 기이한 착시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발레리아 헬스트롬은 그 불협화음의 광경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LM-06827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곧 그녀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대 반대편에 서 있던 잔틀러 쇼를 향해 몸을 틀었다.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고 눈물로 축축해진 시선에는 무언가 단단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
"우린 여길 떠나겠어요. 만약, 당신이 우리를 방해한다면…"
입술은 떨리면서도 그 끝자락에 맺혀있는 감정을 분명하게 토해냈다.
"당신과 당신의 역겨운 관객들… 그리고 이 공연은 오늘로 마지막 공연이 될 거에요."
잔틀러 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귀까지 찢어진 입꼬리를 더 우악스럽게 일그러뜨렸고 특유의 손가락 튕기기로 어딘가에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그 한 번의 소리로 공연은 다시금 그가 안배한 구상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¹ : Zantleur Shaw
² : Queen of Lamb
³ : Gore Gorill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