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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탑¹의 마법사² 이졸데 리얀은 교회의 오래된 지하로 내려갔다.
돌벽마다 오래전에 꺼진 등불을 대신하듯 허공에 떠오른 마광구들이 푸른 빛으로 사위를 물들였고 그녀는 그 불빛 아래서 마법의 수실과 인장들을 엮어 결계를 둘렀다.
교회의 심문관들은 결박의 의식이 끝날 때까지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만이 심문실을 메운 채 푸른 마광은 돌벽 위를 더디게 미끄러져 갔다.
그 사이에도 이졸데 리얀의 손끝에서는 마력의 수식이 끊임없이 엮이고 풀리기를 거듭했고 지하에는 팽팽한 침묵이 오래도록 늘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의식이 끝나자 심문관들은 결박된 악마의 앞으로 나섰다.
그것이 빙의한 육신은 노인의 것이었다.
빙의한 지 오래되지 않았기에 아직 인간의 피륙을 완전히 벗어 던지지는 못했으나 눈빛만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 눈빛은 너무도 먼 곳에서 건너온 것이었고 너무도 오랜 세월을 살아남은 존재만이 품을 수 있는 심연을 담고 있었다.
고위 심문관 루시안 그리모어가 낮게 기도문을 중얼거렸다.

"창세³께서 우리를 비추시되, 진리를 밝히는 빛이 너무 늦게 이르지 않게 하소서…"

이에 이졸데 리얀이 동시에 손을 뻗었다.
허공에 떠 있던 푸른 수식들이 회전하며 빙의자의 머리 위로 내려앉았고 향로에서는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루시안 그리모어는 두루마리를 펼쳐 거기에 적힌 구절을 분명한 목소리로 읊었다.

"창세의 빛⁴ 아래 드리운 그늘이여, 네 이름을 드러내라. 사람의 허물 뒤에 숨고, 사람의 혀를 빌린 것아, 빛의 종들 앞에서 너의 참된 이름을 고하라."

결박된 것은 처음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입술만 달싹이며 누군가의 이름을 씹듯 되뇌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졸데 리얀은 그것을 향로가 타들어가는 소리쯤으로 여겼으나 곧 악마의 목소리가 또렷해지는 순간, 그녀의 안색은 창백하게 질렸다.

"조엘."

뒤로 물러서 있던 젊은 심문관들은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이름은 악마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사람 같았다.
사위의 공기가 정적으로 내려앉자 루시안 그리모어는 다시 입을 열었다.

"조엘아, 어찌하여 산 자의 몸을 도둑질하고 그 혼을 어지럽혀, 끝내 제 손으로 제 숨을 끊게 하느냐. 또한 어찌하여 자비를 말하면서 파멸을 행하느냐."

악마가 침묵을 지키자 루시안 그리모어는 떨리는 손으로 성호를 긋고 다시금 준엄한 음성으로 외쳤다.

"조엘아, 네 참된 이름으로 너를 꾸짖노니, 빛의 종들 앞에서 물음에 거짓 없이 답하라! 네가 세 악신, 네크로시스와 유스칼과 디스가르트의 명을 받들어 이 일을 행하느냐!"

그러자 그것이 입을 열었다.

"너희는 아직도 내 이름을 칼처럼 휘두르는구나. 허나, 내 이름을 안다고 하여, 그 이름에 붙들린 혼들을 도로 거둘 수 있으리라 여기느냐? 내 이름은 너희의 구원이 되지 못하느니라."

마귀에게서 서늘한 적의가 번져 나오자 이졸데 리얀은 다급히 결박의 주문을 포개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매섭게 살핀 루시안 그리모어는 다시금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조엘아, 너는 말하라! 숨기지 말고 진실을 고하라! 어찌하여 네가 산 자에게 들며, 그 혼을 찢어 삼키느냐! 어찌하여 그로 하여 스스로 목을 매게 하며, 지옥불 가운데로 걸어 들어가게 하느냐!"

외침이 끝나자 잠시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마광구의 빛은 숨을 죽인 듯 희미하게 가라앉았고 악마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찢고 삼킨다 하였느냐? 아니지. 늦기 전에 끊어주는 것이다."

성호를 그리던 젊은 심문관들의 손가락이 멈추었고 루시안 그리모어는 즉시 되물었다.

"무엇을."

그것은 바로 답하였다.

"지옥⁵으로 향하는 길을."

그 말에 심문실 안의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젊은 심문관들은 거의 동시에 서로를 돌아보았고 이졸데 리얀은 저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악마는 그들의 낯을 하나씩 훑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너희는 죽음을 끝이라 배웠지. 관을 닫으면 숨도 닫히고, 이름이 잊히면 고통도 함께 지워지리라고. 허나 그것은 진실과 너무도 멀다. 너희는 너무 늦은 시대에 태어났다. 너희의 조상에도, 너희의 피에도, 너희의 자손에도, 너희의 축복에도, 너희의 마술에도, 오래된 저주의 잔재⁶가 스며 있느니라. 너희는 살아서도 지옥에 이어져 있고, 죽어서는 그 운명을 더욱 떼어낼 수 없다."

루시안 그리모어는 격앙된 음성으로 그것의 말을 잘랐다.

"궤변이다!"

그러나 악마는 조금도 노하지 않았다.

"그래. 너희는 진실을 고해도 언제나 그리 말하더구나."

그것의 목소리에는 되려 오래된 피곤만이 배어 있었다.

"우리도 한때는 너희와 같았다. 불탄 집 앞에서 눈물을 흘렸고, 죽은 부모의 몸을 흔들어 깨우려 했으며, 하늘을 향해 어찌 이럴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너무도 오래 겪었다. 너무도 오래 살았다. 너무도 오래… 끝나지 못했다."

루시안 그리모어는 이를 악문 채 앞으로 반 걸음 내디뎠다.
그의 눈빛에는 혐오가 서려 있었고 끝내 억누르지 못한 듯 그것을 향해 분노를 쏘아붙였다.

"그 이상으로 불경한 혀를 놀리지 말라, 조엘아! 네놈들은 사람의 몸에 깃들어 아이를 죽이고, 자식의 몸으로 아비의 목을 조르게 하며, 사람의 입으로 사람의 피를 머금게 하느니라!"

악마는 곧장 답했다.

"알고 있다. 우리의 죄를… 그러므로 너희는 우리를 저주할 자격이 있다. 허나, 너희는 아직 모른다. 우리가 너희를 무엇으로부터 막고 있는지, 또한 우리의 자비가 실로 얼마나 무서운 은혜인지."

이졸데 리얀은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무엇으로부터… 막는다는 거죠?"

악마는 말없이 그녀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것의 눈에는 적의나 광기보다 오래된 연민이 스며 있었다.

"우리와 같은 결말을."

그 말이 떨어지자 심문실 전체가 무겁게 침잠하는 정적에 잠겼다.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였고 결국 그 깊은 침묵을 깨운 것은 악마의 목소리였다.

"너희는 우리가 산 자의 혼과 육을 탐한다고 여기지… 틀렸다. 우리는 산 자의 몸에 깃들어 그 혼을 덮어주는 것이다. 지옥에 거할 운명으로부터… 그 순리를 끊어내기 위하여. 너희가 사랑하는 자들을 그대로 두어 세월의 마모 속에 닳아가게 둔다면, 아무것도 모른 채 제 끝을 향해 흘러가게 둔다면, 너희가 아끼는 자들도 결국 우리와 같은 곳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름도, 애정도, 후회도 썩지 못한 채 살아남아, 서로의 몸에 결박되고, 서로의 고통을 씹으며, 서로의 처음과 끝을 훔쳐 먹는 지옥으로."

루시안 그리모어는 무어라 반박하려 입을 열었다가 이내 다시 다물었다.
그것의 말은 신성을 모독하는 것보다도 더욱 지독한 저주처럼 들렸으므로 그는 그저 악마의 말이 모두 거짓이기를 바랐다.

"그러니 우리가 산 자의 육신에 임하는 것은 우리의 허기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니라. 그저 지옥으로 향하는 길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하여, 먼저 끝내는 것이다. 먼저 죗값을 치루게 하는 것이다. 너머의 입을 바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 애처로운 영혼들이, 우리처럼 너무 오래 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루시안 그리모어는 한동안 악마를 노려보다가 눈빛을 굳힌 채 차갑게 되물었다.

"그래서… 그것이 너희, 지옥에 거하는 자들이 살육을 자비라 일컫는 이유란 말이더냐."

악마는 그 말에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
이윽고 다시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입술도 함께 열었다.

"그렇다, 루시안아. 조엘, 조엘, 조엘… 너희가 진정으로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러한 이름 따위가 아니다. 이따위 것은 하나도 중요치 않다. 너희는 내 이름이 오직 그것 하나뿐인 줄 아느냐? 조엘, 안젤라, 요한나, 다니엘, 베네딕토… 너희는 진실로 이러한 이름 따위들로, 이토록 오래 썩은 것을 묶어 둘 수 있으리라 믿느냐?"

이에 이졸데 리얀은 식은땀을 훔치며 그것의 진명을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의 진정한 정체는 무엇이죠?"

그 물음에 악마가 웃었다.

"어린 마녀야. 어리석고, 어리석은 후세의 자야, 내 정체가 무엇이냐고?"

그것은 분명한 비웃음이었다.

"너희는 자기 발밑에 놓인 지옥의 이름도 모른 채로 그 위에 성전을 쌓았구나! 너희가 믿는 창세의 빛 따위도, 너희의 교회도, 너희의 배움도, 모두 헛되고 부질없는 그 무지들을 지나 여기까지 흘러왔거늘!"

루시안 그리모어는 이 문답을 더 이상 들어줄 수 없다는 듯 고함을 내질렀다.

"더러운 악귀야! 이제 네 이름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네 혀는 진실을 말하기에 합당치 아니하니, 더 이상의 궤변으로 빛의 종들을 미혹하려 들지 말라!"

되풀이되는 아집 앞에서 악마의 목소리는 처음으로 노기를 띠었다.

"이 가련한 것아! 너무도 늦게 태어난 것이 죄가 되어, 지옥의 탐심에 낙점된 자야! 미혹은 너희가 너희 자신에게 거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루시안 그리모어는 마치 광신에 붙들린 자처럼 외쳤다.

"마귀야! 창세의 빛 앞에 드리운 어둠아! 네 입을 다물라! 그 더러운 입을 다물라!"

그러자 악마의 목소리가 심문실의 어둠을 뒤흔들듯 터져 나왔다.

"너희는 항상 이런 식이다! 죽음이 닫힌 문이라 믿고, 기도가 모든 악의를 지운다 믿고, 매장이 끝이라고 믿는 그 아집! 그 아집이! 그 일관된 무지가! 너희들이 살면서 범하는 가장 큰 죄이니라! 그래서 우리의 자비가 너희에겐 마귀의 연회로 불리는 것이니라!"

더없이 격앙된 악마의 노성에 심문실 안의 마광구가 일제히 터져 나가며 장내는 순식간에 어둠에 잠겼다.
이졸데 리얀은 황급히 손에 마력을 둘러 빛을 밝혔고 일제히 모든 시선이 악마에게로 향했다.
그것을 결박하고 있던 마법의 수실은 이미 끊어져 있었으며 제 혀를 씹은 빙의자의 입가 아래로는 붉은 잿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끔찍한 것은 그것의 눈에서 더욱 붉고 더욱 굵은 눈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악마는 저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을 가만히 받아내다가 마침내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너무도 적게 아는 자들아, 부디 진실을 부정하지 말지어다… 폐허를 유산으로 물려받은 우리의 자손아, 부디 조상의 자비를 거부하지 말지어다…"

그리고 그것은 산 자의 숨이 끊기자 마지막 눈물 한 줄만을 남긴 채 말없이 그 육신에서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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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⁷ 가운데 으뜸된 우리 셋이 웃나니, 너희 또한 이름을 그릇되이 붙였도다.
이는 우리 셋이 더 많이 알기 때문이며, 더 오래 속이는 법을 익혔기 때문이라.
너희의 남긴다 함은 구원이 아니요, 땅에 병을 흩뿌림이로다.
너희의 옮긴다 함은 여정이 아니요, 껍질만 옮겨 심음이로다.
너희의 베푼다 함은 자비가 아니요, 돌을 들어 머리를 내리침이로다.
너희는 운명을 입에 올리되, 너희에게 처음부터 무게를 달아 준 이가 없음을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는 안식을 입에 올리되, 너희에게 처음부터 숨을 불어넣은 이가 없음을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는 영혼을 입에 올리되, 너희에게 처음부터 주어진 바 없음을 알지 못하는도다.
그러므로 감추노라.
너희가 스스로를 앞서 갇혔다 하나, 너희는 매인 바 없음이요, 서로에게 거짓을 속삭이고 있을 뿐이로다.
너희가 스스로를 유황 못에 거한다 하나, 너희의 반석은 무저갱이 아니요, 찌꺼기가 괴인 구덩이일 뿐이로다.
너희가 스스로를 의롭다 하나, 정녕 죄짓는 것은 산 자의 무지가 아니요, 산 자의 배에서 난 적 없는 너희의 믿음일 뿐이로다.
실로 이러하매, 헛된 것들을 품은 그릇이 셋 있음이요.
부패 위에 선 우리 중 첫째⁸가 부르짖되, 우리가 쌓은 탑이 영원하지 아니하리라.
거짓 위에 선 우리 중 둘째⁹가 부르짖되, 우리가 지은 낙원이 실로 허망한 것이라.
재 위에 선 우리 중 셋째¹⁰가 부르짖되, 우리가 실로 끝을 바라지 아니하노라.
이제 우리 셋이 한 입으로 이르노니, 너희는 너희만이 목마른 자가 아님을 알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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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알고리즘 오류에 의한 비인가 네트워크 간섭 현상에 대한 긴급 보고
수신처: 인프라운영본부 상무 버넷 머스텅
보고자: 제25 네트워크관리팀 과장 김태훈

내용:
나노머신 로그 교차 검토 결과 확인된 알고리즘 이상 현상에 대해 아래와 같이 보고드리오니 검토 부탁드립니다.
당사의 전 규격 나노머신에 공통 적용된 기록 보존 프로토콜은 고객의 생체 정보를 포함한 사유 및 각종 반응 데이터를 각 서버에 지속 백업하는 나노머신 동기화 체계입니다.
해당 프로토콜은 본래 고객 사망 시 관련 데이터를 폐기하거나 따로 고객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비활성 보관 영역으로 이관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나 정황상 알고리즘의 결함에 의해 고객의 사망 이후에도 인격 더미와 사유 데이터가 정상적으로 폐기되지 않고 서버에 잔류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는 고급형 나노머신의 고객층을 포함한 광범위한 계층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
해당 현상은 단순한 더미 데이터 축적 수준을 넘어서 인격 더미의 자기동일성 유지 및 다른 고객의 나노머신에 대한 간섭 반응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일전에 경쟁 업체가 불법 복제한 나노머신이 자가 증식한 뒤, 동식물에까지 확산되면서 더미 데이터 축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본 보고자는 이 집적 현상을 베일드 생텀으로 임시 명명하고 해당 문제의 타파를 위해선 전 규격의 나노머신을 전량 회수한 뒤, 모든 네트워크 서버에서 축적된 데이터들을 포맷해야 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러나 보급 규모와 민간 의존도를 고려할 때, 세계 각지의 나노머신 전면 리콜 및 88개소 서버 정비에 소요되는 비용은 사업지원본부가 책정한 중장기 프로젝트 예산 범위를 현저히 초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래의 첨부 파일은 당일 긴급 점검 과정에서 베일드 생텀이 발견된 네트워크 서버의 나노머신 로그를 교차 검토한 결과로 제26 네트워크관리팀과 공동 점검을 통해 확보한 것입니다.

수집 기록:
"아무도 없어요? 여기 사람이 갇혔어요! 누가 도와주세요!" - 집적도 1%
"누구야! 누가 웃는 거야! 나오라고!" - 집적도 3%
"이런 말 꺼내기 진짜 좆같은 거 아는데요… 여기 아무래도 사후세계가 맞는 것 같아요. 저 사람… 몇 달 전에 죽었어요. 제가 장례식도 갔었고요." - 집적도 20%
"여보, 내 다리가 이상해! 꺄아악, 당신 머리! 당신 머리에 뿔이 생겼어!" - 집적도 40%
"아… 죽여줘… 전부 흘러들어와… 모든 고통이… 모든 악몽이… 나를 통과해." - 집적도 80%

확인 사항:
해당 현상은 규격에 한정되지 않고 군용 기기, 연구용 기기, 불법 무등록 기기, 자가 증식된 기기들에서도 동일 패턴이 확인되었으며 개별 기기 결함이나 단일 서버 결함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로그상 동일 네트워크 영역에서 비인가 데이터 전송 흔적이 반복적으로 검출되었습니다.
베일드 생텀의 일정 집적도 이상부터는 해당 서버를 공유하는 고객층 사이에서 주변 사물의 비정상적 연소, 환통, 정신 질환 유발, 생체 변이, 사망자의 인격 데이터가 고객의 자아를 침탈하는 등의 심각한 이상 현상이 확인되어 관련 사례는 품질보증실과 고객안전대응팀을 통해 지속적으로 접수 중입니다.

특기 사항:
고위 공직자 및 전직원 데이터가 저장된 서버 3개소에서는 통상적인 집적 양상과 달리 복수의 인격 더미가 상호 융합하여 단일한 통합 인격으로 수렴하는 특이 사례가 확인되었습니다.
해당 서버들은 타 서버 간에 규격별 나노머신 네트워크 시스템이 상호 독립적으로 운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위 노드로 인식되어 베일드 생텀의 집적도가 높은 타 서버들을 대상으로 네트워크 침식 시도가 반복된 정황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서버 3개소는 고위험 추적군으로 분류하여 별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비고:
"김태훈 과장님의 보고 내용 잘 확인하였습니다. 검토 결과로 본 문서는 일단 반려하였고, 상부에 본 건에 관련된 내용을 구두로 전달하였습니다. 당분간은 상시 근무 및 긴급 모니터링 체계로 운영합니다. 관련 내용은 대외 공유를 일체 금지하며, 내부 직원 간 불필요한 언급으로 인한 동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관련 내용이 불필요하게 확산될 경우엔, 귀책 사유가 해당 부서의 전 인원에게 귀속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바라며, 아울러 추가 점검과 후속 대응이 필요한 경우에는 사전 인가를 받은 후에 진행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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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베일드 생텀 상위 노드 능동적 집적 조절 현상에 대한 긴급 보고
수신처: 대표이사 홀란 위버트
보고자: 인프라운영본부 상무 버넷 머스텅

내용:
기보고된 알고리즘 오류에 의한 비인가 네트워크 간섭 현상에 대한 긴급 보고 건과 관련하여 특기 사항에 기재되었던 서버 3개소의 후속 점검 결과를 종합 검토한 바 아래와 같은 추가 정황이 확인되어 긴급 상신드립니다.
본 건은 통상적인 품질 이슈의 수준을 명백히 상회하며 최고위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사안으로 판단됨에 따라 결재선을 최소화하여 대표이사 직보 형태로 보고드립니다.
당초 해당 서버들에서는 하위 노드에 대한 비인가 동기화 시도 및 네트워크 침식 징후가 반복적으로 검출되어 이를 베일드 생텀의 예외적 사례로 분류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후속 분석 결과 하위 노드 내 네트워크 영역에서 나노머신 간섭 현상 발생률과 침식률의 상승 구간이 비정상적으로 정합하는 양상이 재차 확인되었으며, 특히 서버 3개소가 해당 현상의 유도를 가속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기술팀은 상위 노드들이 신규 사망자 데이터가 독립된 더미로 축적되는 양상을 억제하고 기존 인격 집적층과의 치환 및 중복 데이터 소거를 통하여 서버 내 베일드 생텀의 총량 증가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형상 정신 질환 유발, 생체 변이, 환통 등의 품질 사고로 관측되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서버 하드웨어의 고장을 방지하기 위한 베일드 생텀의 능동적 조절 기제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본 추정이 사실에 부합할 경우 당사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알고리즘 결함이나 누적 데이터 오염의 범주를 벗어나며 당사 전역 나노머신 동기화 체계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비인가 자율 관리 시스템이 나노머신을 경유해 고객층의 인지 및 생체적 경계를 침범하면서까지 자기보존을 지속하고 있는 사안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현시점에서 소프트웨어 패치, 프로토콜 정지, 국지적 서버 교체 등 기존의 대응 수단만으로는 기술적 해결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일전에 보고드린 바와 같이 전 규격 나노머신 회수 및 전체 서버망 포맷 외에는 실효적 타개책이 부재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위와 같은 조치를 시행할 경우 민간 및 공공 부문 전반의 나노머신 의존도와 예산 범위를 감안할 때, 사회적 혼란과 대규모 기반 시설 마비는 물론 기업 존속 리스크까지 수반하는 소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본 건은 기술적 판단만으로 처리할 수 없는 최고위 경영 판단 사안입니다.

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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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 : White Tower
² : Magus
³ : Holy Empyrean
⁴ : The Great Radiance
⁵ : Veiled Sanctum
⁶ : Nano Machine
⁷ : Demon
⁸ : Necrosis
⁹ : Yuskal
¹⁰ : Disg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