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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느와르 소설]살왕지로(殺王之路):그 사내가 강호를 살아가는 법-살왕귀환 전편(殺王歸還 前篇)
jgkjustcreat 2026. 4. 7. 16:18
사내가 생각하기로 침명동¹의 밤은 제가 몸을 숨기는 메마른 사막의 밤과 사뭇 달랐다.
그 연유인즉슨 맹아굴²의 좁은 공동은 사람이 모일수록 피와 숨으로 덥혀진 또 다른 밤을 빚어내곤 하였기 때문이었다.
하여 모두가 한자리에 불러 모아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로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 기색이 발주³의 밤과 너무도 흡사하였다.
둘러선 면면들은 그 수가 적지 않았으되 하나같이 마르고 삭아 모래색같이 희었다.
그 희고도 냉막한 야광들은 너무 높이 치솟은 하늘 앞에서 온전히 제 빛을 펴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장차 마주해야 할 대업이 실로 사람의 기개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깊고 높은 까닭이었다.
본디 살행의 이치란 냉혹하기 그지 없어 나눌 몫이 적을수록 삯이 높아졌다.
게다가 몸을 숨길 음지는 정해져 있는 까닭에 그 그림자 속으로 끼어드는 자가 많을수록 오래 살아남기 어려운 법이었다.
그런데도 오늘은 한 줄의 토벽을 따라 선 자들만 헤아려도 그 수가 예순을 웃돌았다.
등잔불이 채 닿지 못하는 더 안쪽의 홈과 석순의 그늘 아래까지 헤아린다면 여든이 넘는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토록 많은 수의 철율행자⁴들이 맹아굴의 어둠 아래로 발걸음을 옮긴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들 모두는 저마다 다른 방위와 다른 장기를 지닌 채 오직 한 사람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며 정적을 지키고 서 있었다.
이윽고 석탁 뒤편에 앉은 노살수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다들 모였군."
철전자⁵가 손뼉을 가볍게 치자 산만하던 기척들은 삽시에 잦아들었다.
"본동이 생겨난 이래, 철율행자 모두를 이리 불러 모은 전례는 손에 꼽네. 한 번은 혈교⁶가 준동하던 정천혈변⁷ 당시에 그 잔당을 강호에서 도려내던 시절이었고, 한 번은 정사대전⁸의 혈풍이 천하를 뒤엎어, 살계⁹마저 제 그림자를 어디로 숨겨야 할지 궁리하던 시절이었지."
그는 공동에 모인 철율행자들을 둘러보았다.
"헌데, 당금의 강호는 위에 있어야 할 자들이 검보혈사¹⁰의 치욕을 스스로 부끄러이 여겨 제 발로 문을 닫았고, 뒤에 있어야 할 자들 또한 제 그림자를 거두었으니…"
거기까지 말한 철전자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공동 안의 적막이 흔들렸다.
검보혈사.
장내에 그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 이름은 당금의 정세를 이 지경으로 밀어 넣은 화근이자 겨우 아문 전란의 상흔 위에 다시금 정사대전의 전야와도 같은 긴장을 드리운 무림의 치부였다.
절세 고수였던 창천검객¹¹의 독문 검보가 출현했다는 풍문 하나로 정사 양도가 저마다 날이 상한 검을 억지로 벼려내고 이름난 문파와 고수들은 앞다투어 제 명분을 주워 삼키며 천하의 기류를 하루가 다르게 살기로 탁하게 만들었으니 실로 그 광경이 막 꺼져 가던 화덕에 다시 기름을 끼얹은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실상은 너무도 허무하였다.
그토록 천하를 뒤흔든 검보란 것이 신유가 남긴 유급¹²이 아니라 그의 곁에서 수발을 들던 한낱 시동이 끼적인 수양록에 불과했다는 진상이 드러나자 무림의 거파들은 하나같이 제 추태 앞에 낯을 들지 못한 채 일제히 봉문을 선언하였던 것이었다.
"살계가 발붙일 틈새는 넓어졌으되, 그 그늘 위에 눌러앉아 천하를 통째로 집어삼키려 드는, 패주¹³ 하나를 막아 설 기둥들 또한 함께 사라진 셈이지."
철전자의 앞에 놓인 등잔불이 심지를 태우며 희미하게 떨렸다.
등잔불 아래 드러난 그의 낯빛은 동공의 칠흑보다 더욱 어둡게 물들어 있었다.
"하여, 오늘과 같은 밤이 찾아온 것이네. 자네들도 서찰을 받아보아 미리 알고 있겠지만, 이번 일은 살계의 존망이 걸린 일일세."
철전자의 말이 끝나자 공동의 한켠에서 흑의를 여민 여인이 서서히 벽에서 등을 떼었다.
그녀는 다른 철율행자들보다 왜소한 편이었으나 몸을 세운 태가 지나치리만치 반듯하여 막상 눈에 들어오는 모습은 훨씬 크게 느껴졌다.
"…동주¹⁴."
그녀가 입술을 떼자 장내의 몇몇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철전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내 몇 번을 일렀거늘… 흑포선자¹⁵, 자네는 어째서 노부를 아직도 그리 부르나. 남들처럼 그냥 철노인이라 부르게."
그 말에 공동 한구석에서 아주 낮은 웃음기가 흘렀으나 흑포선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흥! 남들이야 남들이고, 본녀의 입은 본녀의 것이외다! 동주를 동주라 부르는데, 그리 못마땅하오?"
철전자는 한숨 비슷한 숨을 짧게 내쉬었다.
"못마땅하다기보다 귀찮을 뿐이네. 아무튼, 그래. 노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흑포선자는 팔짱을 푼 대신 허리를 조금도 굽히지 않은 채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안 그래도 본녀의 입으로 꺼내려던 말이 있었는데, 마침 본동의 철율행자들이 이만큼 모인 터이니 이 자리에서 밝혀 두겠소."
철전자는 괴던 손을 내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본녀와 같은 일을 겪은 행자들이 더 있을는지는 모르겠으나, 바깥 기류가 참으로 심상치 않더이다… 며칠 전, 본녀는 당릉¹⁶에서 우연히 일이 겹쳐 대살각¹⁷의 살수들과 손발을 맞춘 적이 있었소. 애초에 서로 손을 써야할 자도 달랐고… 마주한 자리만 겹쳤을 뿐이니, 본녀와 그자들이 당장 검부터 겨눌 까닭은 없었소. 하여, 잠시 손발을 맞춘 것인데… 그날 밤, 그자들의 뒤로 암막¹⁸의 개들과 백사전¹⁹의 구렁이들까지 붙더이다."
그 말에 아직까지 엷게 맴돌고 있던 웃음기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벽에 기대 선 채 눈을 감고 있던 철율행자들 또한 하나둘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암막과 백사전이라는 이름이 같은 판 위에 함께 얽혔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예사로운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흑포선자도 공동 안의 기류가 달라졌음을 의식한 듯 장내의 인물들을 한 차례 훑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평소 같으면, 서로의 밥줄을 물어뜯느라 검부터 휘두를 것들이 말이오. 그래서 내심 본녀는 일이 돌아가는 낌새가 심상치 않다 여겼으나, 더욱 놀라운 것은, 서로 일을 도모하기 전에 합을 맞추려고 나눠 본, 세 살문의 지령에 찍힌 표식이 하나같이 똑같더이다. 서로 다른 살문이 저마다 따로 놀지 않고 같은 손에서 쓰인 방략을 돌려 보고 있다는 뜻이었지."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공동 맞은편 바위에 몸을 뉘고 있던 자가 비로소 상체를 일으켰다.
마른 낯에 양 볼이 휑하니 꺼져 늘 유약한 병기가 어른거리기에 병안군사²⁰라 불리는 자였다.
"잠깐, 잠깐! 흑소저, 그대의 말은 설마…"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살수련²¹이 탄생했단 말이오?"
살수련이란 말이 떨어지는 순간, 공동 안의 정적이 한 겹 더 무거워졌다.
그것은 살계에 몸담은 자라면 누구도 먼저 입에 얹고 싶어 하지 않는 이름이었다.
살업으로 끼니를 잇는 자들이 감히 연합의 기치를 내세워 련 자를 붙이고 한데 묶인다는 것은 음지의 법도에 비추어 보아도 그들의 천성에 비추어 보아도 실로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병안군사, 이제야 일어났군. 헌데…"
철전자는 석탁 위를 손끝으로 세게 두드렸다.
"자네들은 설마… 자네들 모두, 내가 보낸 흑첩을 읽지 않았나?"
그의 말에 공동 안의 공기가 묘하게 뒤틀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살수련이란 이름 앞에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기색이 이번엔 또 다른 의미로 눅진해졌다.
몇몇은 혹시나 싶어 시선을 슬그머니 양면으로 흘렸고 벽에 기대 섰던 자들 가운데 더러는 괜히 헛기침을 삼켰다.
흑포선자조차 팔짱 낀 자세 그대로 입매만 아주 소소하게 비틀었을 뿐 선뜻 변명을 잇지 못했다.
그런고로 구태여 입에 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자리에 모인 철율행자들 가운데 반절이 넘는 살수가 서찰의 내용을 보지도 않고 맹아굴부터 찾은 것이었다.
철전자는 눈가를 짚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허…"
노쇠한 안색 위로 스쳐 간 것은 노기라기보다 허탈한 체념에 가까웠다.
하나같이 출수하는 손은 빠르면서 글월을 살피는 눈은 저리도 굼뜨니 실로 살계의 앞날이 아득하다는 듯한 신색이었다.
그리고 볼멘 목소리 하나가 터져 나왔다.
"흑첩이 날아왔길래, 철노인이 아직 정정한지 얼굴이나 뵈러 왔지, 첫숨부터 그리 모질면 이 박호산귀²²는 섭섭하이."
말한 이는 철율행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체구가 작았다.
등이 굽은 것도 아닌데 어찌나 자그맣고 다부지게 생겼는지 언뜻 보면 산속 바위틈에서 막 기어 나온 도깨비 같았다.
어깨엔 제 몸뚱이보다 더 길어 보이는 편곤이 걸쳐 있었고 튀어나온 눈썹 아래선 반질하게 안광이 빛났다.
그는 다른 자들의 시선을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코끝을 훌쩍이며 턱을 쳐들었다.
"철노인이 평소엔 사람 부르는 법도 드물거니와, 부른다 한들 대개 피비린내가 크게 진동하는 일뿐인데… 오랜만에 흑첩까지 날아드니, 죽기 전에 동주 자리나 꿰차 보자는 심산이었소만… 거, 다들 왜, 본인을 그렇게 쳐다보는 거요?"
박호산귀는 그제야 사위의 시선이 제게 꽂혀 있음을 느낀 듯 눈을 두어 번 끔뻑였다.
공동 한쪽에서 참다못한 웃음기 하나가 크게 새어 나왔다가 곧장 잦아들었다.
"박호산귀. 자네가 글을 싫어하는 건 진즉 알고 있었네만, 설마 서찰도 펼쳐 보지 않고 달려올 줄은 노부도 미처 몰랐군."
박호산귀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와 보면 다 알게 될 일 아니오? 본인의 파벽곤²³은 글을 몰라도, 벽과 머리통을 깨부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
철전자는 헛웃음을 삼키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 직후로 그가 길게 숨을 골랐다.
다시 공동을 둘러보는 침명동주의 눈빛엔 조금 전과는 다른 서늘한 빛이 내려앉았다.
"…"
얕은 웃음기마저 완전히 식어 내리기를 기다리듯 철전자는 한동안 말없이 등잔불만 내려다보았다.
그러다가 마른 손이 다시금 석탁 위에 내려앉았다.
"좋네. 이왕 모인 김에, 서찰을 펼치는 수고까지 노부가 덜어 주도록 하지."
철전자는 석탁 위에 올려 둔 목함을 천천히 끌어당겼다.
"다들 노부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오늘 밤, 노부가 자네들을 왜 이리 모았는지… 그리고 왜 이제 와 살수련이 조직되었는지, 내 직접 일러 주겠네."
잠시 뜸을 들인 그는 목함 속에서 묵빛 서찰 하나를 꺼내 들고 좌중이 볼 수 있도록 선명히 들어 보였다.
"자네들 가운데는 연륜으로 보나 살아온 길로 보나, 동방호가 오늘날 같은 위세를 갖추기 전부터 음지를 전전하던 자도 더러 있겠지. 허나, 어린 치들은 잘 모를 것이니 우선 짚고 넘어가세."
담담하게 깔린 철전자의 목소리는 공동 끝자락까지 막힘없이 닿았다.
"당금의 살계는, 마치 아득한 옛적부터 하나의 큰 강처럼 흘러온 듯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네. 본디 강호의 음지엔 살문이란 것들이 저마다 흩어져 있었지. 악명으로 강호에 회자된 곳도 있었고, 허망히 멸문한 곳도 있었고… 그 무렵엔 청부라 해 봐야 한 성시의 원한이나 잔잔한 다툼을 받아먹는 수준을 넘지 못하던 시절이 더 길었네. 제 손에 피를 보아도 제 삯도 제대로 받지 못하여 굶는 날이 허다했고, 서로 일이 겹치면 검부터 휘둘러 제 몫을 챙기려 들었으니 말이야. 지금 자네들이 아무렇지 않게 기대는 첩지나 연통의 체계 따위는 그 시절엔 호사에 가까운 것이었네."
병안군사가 낮게 중얼거렸다.
"살문은 많되, 살계라 부를 만한 판이 없었다는 뜻이로군요, 철노인."
철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그리고… 그 흐름을 바꾼 자가 바로 동방호였지."
동방호라는 이름이 공동 안을 스치자 철율행자들에게 오래 괴인 오물의 악취를 연상케하는 음습한 불쾌함이 스며들었다.
"처음의 동방호는 지금 자네들이 아는 천하제일거부도, 만부장²⁴의 장주도 아니었네. 제법 장사 수완은 있으나, 밑천은 빈약하고, 뒷배도 없는 보부상단의 소단주에 불과했지. 그리고 그 무렵에 은영단²⁵이라 불리던 청부 낭인²⁶들이 있었네. 낭인이라 하나 실상은 강호를 떠돌며 변변찮은 건수만 받아먹던 잡배들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본디라면 오래 지나지 않아 흩어졌을 그 무리를… 동방호가 거두었지. 아니, 정확히는… 그자들의 굶주림을 사들였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것이네."
철전자는 묵빛 서찰 위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 뒤로… 동방호는 먼저 제 상적²⁷들부터 쳐 냈네. 그 뒤로도 스스로 검을 쥔 적은 한 번도 없었지. 그저 한 번 은을 쥐여 주어 길을 터놓고, 그 길을 따라 검이 금을 불러오면, 그 금으로 다시 다른 검을 사는 식이었지. 그렇게 몇 번이고 같은 수를 되풀이한 끝에…"
공동 안은 숨죽인 듯 잠잠했다.
누구 하나 입을 떼지 않았지만 이어질 뒷말을 다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눈치였다.
"당금의 살문들은 동방호의 금자와 연통에 매여 들었고,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합일지신이 되었네. 강호의 음지에 상계²⁸를 거울삼아 빚어낸 살계라는 판이 새로이 깔린 것이지."
그의 말을 곱씹던 흑포선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허면, 작금의 살문들은 모두… 엄밀히 말하면, 동방호가 키운 셈이란 말이오?"
철전자가 낮게 답했다.
"키웠지. 허나, 땅을 갈고 밭을 일군 게 아니라… 남의 피를 거름 삼아 독초 밭을 넓혀 온 것이네."
독초 밭이라는 비유가 서늘한 여운을 남긴 채 공동 안에 가라앉았다.
병안군사는 망설임 끝에 알고 있는 바를 덧붙여 말을 받았다.
"그 뒤는 소생도 알고 있습니다. 은영단이 갈라져… 살예를 더 중히 여긴 무리는 본동으로, 사리를 더 밝히던 자들은 암막과 백사전이나 그 밖에 찢겨나간 잔가지들로 뿌리 내린 것 아닙니까."
철전자의 대답은 짧았으나 무거웠다.
"그렇네. 문제는…"
석탁 위의 등잔불이 음습하게 흔들렸다.
그 불빛 아래서 철전자의 안광은 노구의 그것이라기보다 오래전부터 피로 먹을 갈아온 노살수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그 살계의 곳간을 틀어쥔 곳간지기가… 이제 와 손을 씻겠답시고, 곳간을 문짝째 남의 손에 넘기려 든다는 데 있지."
말끝이 맺히자 그의 안광에 내리깔린 살기는 이미 석탁 앞의 공기마저 얇게 저며 내고 있었다.
"…자네들도 알다시피, 장부 하나는 곧 문파 하나와 같네. 연판장은 생사부와 같고, 연통책들은 음지의 숨구멍과도 같지. 헌데 동방호가 그것들을 그러모아 저울질을 하고 있다면…"
철전자는 거기서 한 번 말을 끊었다.
"이건 배신이라 할 수 없네. 이미 목숨을 다 산 장사치가 강호의 도리와 음지의 질서마저 팔아넘기려 드는 것이지."
병안군사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늘 병색이 감돌던 마른 낯 위로 이번엔 묘한 꺼림칙함이 스쳐 지나갔다.
"철노인, 혹여… 동방호가 이 같은 짓을 벌이는 연유가 패왕부²⁹ 때문인지요?"
그의 음성은 낮았으나 공동 안의 적막 위로 또렷하게 스며들었다.
철전자는 병안군사를 향해 눈길을 주었다.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으나 그 침묵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었다.
병안군사는 입술을 혀끝으로 천천히 적시며 말을 이었다.
"소생이 듣기로, 패왕부주 진군하란 자는 옛 천하제일마, 철혈무제³⁰의 적자³¹이며, 쇠락한 패왕문³²을 다시 일으켜, 철월방³³을 꺾고 흑룡방³⁴마저 굴복시킨 뒤, 그 이름을 패왕부로 바꿔 세운 걸물이라 하더군요. 헌데, 그런 자가 근래 동방호의 만부장에 이르러 대놓고 무위를 펼쳤다 하니, 그 뜻이 실로 심상치 않은 것이겠지요."
그제야 철전자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병안군사의 말이 대체로 맞네."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낯을 훑듯 좌중에게 시선을 옮겼다.
"더욱 골치 아픈 것은, 그자의 철월방과 흑룡방도 그저 거둬들인 패에 불과하고, 그 둘을 단순한 산하 방파가 아니라 마치 친위처럼 부리고 있다는 점이지. 그자의 신위가 실로 경천동지한 탓에, 당금의 흑도³⁵ 방파들은 검보혈사 이후, 자취를 감춘 천력교³⁶와 고마성³⁷의 주력이 도로 돌아온 듯 그를 중심으로 떼 지어 모여들고 있네. 그야말로… 새 시대의 패주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지."
흑포선자의 눈매가 싸늘히 가라앉았다.
대강 이번 일의 엄중함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짚였기 때문이었다.
패웅이 웅거하여 군졸을 모으면 으레 병장기가 들고 군량이 따랐다.
그리고 군졸이 모이는 땅마다 인근의 상계는 먼저 목줄을 내어주게 마련이었다.
지금의 강호엔 패왕부를 막아 설 만한 검들이 남아 있지 않았다.
상계가 넘어가면 그 그늘 아래 엮인 살계 또한 허수아비로 전락한 채 결코 홀로 설 수 없을 것이고 자유를 좇아 강호를 주유하던 그녀의 말로 역시 끝내 예속의 족쇄로 점철될 것이 분명하였다.
"패왕부주가 살계마저 집어삼키려 온다는 뜻이군."
흑포선자가 말하자 다른 철율행자들은 저마다 뜻밖이라는 듯한 눈빛을 던졌다.
철전자는 거기서 한 번 숨을 골랐다.
"흑포선자, 자넨 깨달은 것 같군. 자, 다들 생각해 보게나. 무력으로 상계를 쥐려는 자가 길목을 쥐고, 길목을 쥔 자가 장부의 흐름을 쥐며, 장부의 흐름을 쥔 자가 연판장의 냄새까지 맡게 된다면… 다음 차례가 어디겠나?"
비로소 박호산귀의 얼굴에서도 웃음기가 거두어졌다.
"살계로군."
철전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방호는 그걸 안 것이네. 비록 셈에 밝고 사람 부리는 재주는 있어도, 진군하 같은 패주는 아니네. 스스로 검을 들어 길을 내던 자가 아니라, 언제나 검을 쥔 자들 사이에서 값을 매기고 삯을 흥정하던 자였지. 허니 패왕부의 무력이 상계를 정면으로 죄어 들어오자, 동방호는 깨달았을 게야. 제가 지금껏 쥐고 있던 모든 재주가, 더는 제 몸을 지켜 주는 것이 아닌, 패왕지로를 걷는 패웅이 반드시 거쳐가는 길목이란 것을."
박호산귀가 물었다.
"백림맹³⁸이 아직 건재하지 않소? 천력교와 고마성도 있고."
철전자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패왕부주가 진정 까다로운 까닭은, 제 힘을 믿고 함부로 사방에 이빨을 들이미는 자가 아니라는 데 있네. 그자는 영악해. 백림맹이 검을 뽑을 만한 명분은 끝끝내 내주지 않지. 제 손이 닿는 곳마다 피는 흐르되,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새는 어디까지나 흑도의 정리요, 정사지간의 상계를 재편하는 것이라네. 옛 마도의 종주들에도 마찬가지지. 검보혈사 이후, 물러앉았다고는 하나, 패왕부주는 그들의 터전을 단 한 번도 건드린 적이 없네."
그는 마지막 말을 더욱 낮게 깔았다.
"남에게는 검을 뽑을 명분도 주지 않은 채, 오직 비어 있는 틈과 주인 없는 그늘만을 제 것으로 만들고 있는 셈이지."
박호산귀가 안색을 냉랭하게 굳혔다.
"허면, 동방호 그 늙은이는 지금, 패왕부에 무릎을 꿇으려 하는 것이오?"
철전자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동방호가 그리 단순한 자였다면 오히려 덜 귀찮았겠지. 동방호는 결국 마지막까지 장사치일세. 그는 값을 가장 높게 쳐 줄 손을 찾고 있을 뿐이네."
그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낮아졌으나 그만큼 더 냉엄해졌다.
"그가 진군하에게 곧장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넘기면, 패왕부주는 알맹이가 빠진 늙은 상인 하나쯤은 미련 없이 치워 버릴 것이네. 허니 동방호는 다른 손을 찾은 게야. 여전히 천하의 명분을 쥔 백림맹의 손에 제값을 치러 팔아넘기려는 것이지."
박호산귀는 곧장 만부장에 들이칠 기세로 성을 돋았다.
"내 지금 당장! 만부장으로 가서 본인의 이 파벽곤으로 그 동방 늙은이, 그 장사치 놈의 꼴통을 깨부수겠소!"
철전자는 목함 위에 얹은 손가락을 가만히 거두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안타깝지만, 박호산귀… 자네가 지금 곧장 만부장의 담장을 부순고 들이친다 하여도 동방호를 찾을 순 없을 걸세. 그 장사치가 제 살길 하나 헤아리지 못할 만큼 어수룩했다면, 오늘 노부가 자네까지 불러 모을 일도 없었겠지."
병안군사가 낮게 물었다.
"동방호는 이미 종적을 감춘 것이로군요."
박호산귀에게서 받은 답답함을 겨우 병안군사의 말문 앞에서야 비로소 덜어내 듯 철전자는 짧게 숨을 골랐다.
"그렇네. 하오문³⁹이 그 사실을 모든 살문의 연통책에 알리긴 했네만, 본동의 은밀함이 지나친 탓에 오히려 독이 되어 노부에게 소식이 더디게 닿고 말았지. 그래서 흑첩을 날려 자네들을 황급히 불러 모은 것일세."
철율행자 중 하나가 미간을 좁히며 입을 열었다.
"철노인, 급박하게 썼다 치기엔 서찰에 그려진 먹빛이 너무 많은 것 같소. 평소의 흑첩인 줄 알고 펼쳐 보니 장황하기가 예사롭지 않소이다."
철전자의 눈이 공동 안을 천천히 훑었다.
"하오문이 동방호의 자취를 찾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네. 저들이 손에 넣은 조각들을 죄다 긁어모아 본동으로 넘긴 것이지. 그러니 서찰에 실린 글이 짧으려야 짧을 수가 없네. 허나, 정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하오문이 아니라 우리 살수들일세. 우린 본디 드러나지 않으려 하나, 끝내 피를 보고 삯을 받아야 사는 무리지만, 저들은 귀를 닫고 눈만 감으면, 더 깊은 음지로 스며들 재주가 있지."
흑포선자가 눈매를 좁혔다.
"동주, 본녀는 흑첩에 적힌 이 시구가 영 심상치 않소. 아무리 보아도 그저 운치로나 적어 넣은 시가 아닌 듯한데…"
철전자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비틀렸다.
"흑포선자, 자넨 의외로 예리한 구석이 있군. 노부가 오늘 거듭 사람을 다시 보게 되는군그래. 자네가 본동에 발을 들이지 않고 하오문으로 갔더라면, 지금보다 강호에서 훨씬 잘나갔을지도 모르지."
흑포선자의 눈매가 한층 더 가늘어졌다.
"쓸데없는 농은 접어 두고, 그래서, 이것이 무엇이냔 말이오."
철전자가 손에 쥔 서찰을 내려다보며 느리게 입을 열었다.
"하오문 또한 흑포선자 자네와 같은 의심을 품은 듯하더군. 동방호가 마지막으로 침소에 들던 밤, 술시중을 들던 기녀에게 읊어준 시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옮겨 적어 넘긴 것이지. 노부는 아직 동방호의 혀끝에 제법 비린내가 배어 있다는 것 외엔 무슨 뜻인지 알아내지 못하였네."
와중에 박호산귀는 서찰을 거꾸로 뒤집어 든 채 안력을 돋워 가며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꼴이 하도 가관이라 철율행자들 사이로 실소가 번졌다.
"박호산귀, 자넨 지금 서찰을 거꾸로 들고 있소."
민망해하는 기색도 없이 박호산귀는 서찰을 바로 돌려 쥐었다.
"본인은 서찰에서 글이 아니라 역행의 도를 살피고 있었을 뿐이네."
그러다 퉁명스레 코를 훌쩍이더니 병안군사 쪽으로 종이를 불쑥 내밀었다.
"거, 병안군사. 자네가 한 번 또렷하게 읊어 보시오. 물론, 본인은 전부 헤아리고 있네만, 혹 이 안엔 글은 몰라도 귀로 들으면 깨닫는 자들이 있을지 어찌 아나."
이에 병안군사는 난색을 보였다.
서찰에 적힌 시구를 눈으로는 외었으나 막상 여러 사람 앞에서 입으로 옮기려 하자 어쩐지 목 안쪽이 껄끄럽게 조여드는 듯했다.
철전자는 그런 그의 기색을 읽었는지 석탁 너머에서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 읊어 보게."
병안군사는 깊게 숨을 골랐다.
이내 그는 서찰을 반듯하게 고쳐 쥔 뒤, 갈라진 저음으로 시구를 천천히 읊어 나갔다.
"저승길이 눈앞에 닥쳤거늘, 손에 엉긴 핏자국 하나 씻지 못하네. 집 잃은 부러진 칼마저 내던지기 어렵고, 티끌 같은 연조차 끊기 어렵구나. 바다 위 가을바람은 칼날처럼 매서운데, 스치는 소리마다 미련이 남네. 이 늙은 몸이 어디로 가느냐 묻는다면, 다만 홀로 가서 돌아오지 않으리로다⁴⁰."
박호산귀가 입꼬리를 조악하게 뒤틀어 혀를 찼다.
"허! 누가 들으면, 평생 검을 쥔 늙은 검객이 마지막 풍류를 읊은 줄 알겠구만. 천하제일거부라는 늙은 돼지가 웬 주책이람?"
흑포선자도 팔짱을 낀 채 입매를 차갑게 비틀었다.
"피를 씻느니, 미련을 버리느니… 결국 제 목숨 하나 살자고 다 내다 바치려는 늙은 장사치의 변명 아니겠소."
그러나 병안군사는 바로 맞장구치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서찰 위 세 번째 행에 눈을 얹은 채 종이 위를 손톱 끝으로 슬며시 두드리고 있었다.
"…이상하군요. 저승길과 핏자국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바다와 가을바람 그리고 스치는 소리라…"
그 조용한 중얼거림에 좌중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병안군사는 손에 든 서찰을 가볍게 흔들었다.
"소생이 보기에, 이건 제 심사만 풀어낸 말이 아닌 것 같군요. 분명, 어딘가를 가리키는…"
철전자도 서찰에서 눈을 들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노부도 그렇게 보았네. 저 몇 줄 속엔 분명, 동방호가 몸을 숨길 자리의 자취가 섞여 있지… 문제는, 그 행방을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느냐는 것인데… 일전에 백림맹의 군사 오국금이 그의 칠순 잔치에 발을 들였고, 따로 자리를 틀어 한참을 독대하였다 하더군. 동방호 같은 자는 제 살길을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정하지 않네. 다만 오국금과 마주 앉은 그 밤, 제 속에만 넣어두고 있던 결심을 끝내 확실하게 굳혔을 걸세."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천천히 길게 말을 이었다.
"하오문이 저 시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않은 까닭도 거기에 있네. 만일 동방호가 오국금과의 독대가 없었다면, 하오문 지부장도 늙은 상인의 주정을 굳이 본동까지 흘리진 않았을 것이야. 무엇보다 하오문 무원⁴¹ 지부 쪽에선, 동방호의 칠순 이후에 만부장 쪽에서 빠져나간 수레 하나를 목격했다고 했네. 그 수레엔 평범한 화물인 양 위장한 궤짝이 가득 실려 있었는데, 길을 들이는 모양과 호위의 수준이 수상하여 끝까지 미행해 본즉, 그 행선이 백림맹 본단 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하더군. 아니나 다를까, 그 뒤 무원의 하오문 지부와 그 일대 살문들은 모조리 백림맹의 추포를 받았다고 하네. 그런고로 저 시는 더는 늙은 장사치의 취흥이 아니라, 제 도주와 접선의 자취를 스스로 흘린 것이라 보는 편이 옳겠지."
공동 한쪽에서 철율행자 중 누군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저승길은 한 치 앞, 손의 피를 씻고,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
병안군사가 그 말을 받았다.
"살계를 팔아넘기고, 저 혼자 살아남겠다는 뜻을, 끝내 시인 흉내로 꾸며 뱉어 놓은 셈이군요."
철전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동 한복판의 음영을 무심히 가르듯 응시했다.
"그렇네. 동방호는 마지막까지 장사치였고, 마지막까지 허영에 젖은 늙은 돼지였지. 제 배신조차 한 수의 풍류처럼 포장하고 싶어 했던 게야."
이윽고 철전자의 손바닥이 석탁 위를 무겁게 두드렸다.
"다들 듣겠나. 동방호가 시인 흉내를 내건, 제 배신을 풍류처럼 꾸며 대건, 그건 중요치 않네. 중요한 것은 그자가 이미 일부 장부와 명부를 정파 쪽으로 넘겼던 전력이 있고, 이젠 남은 것들까지 제 목숨값으로 치르려 한다는 사실이지. 하여, 본동은 지금 이 순간부터…"
철전자가 말을 끊고 숨을 골랐다.
공동 안은 고요했으나 등잔불 아래 늘어선 철율행자들의 낯빛 위로는 얇은 살기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 짧은 틈조차 공동 안을 팽팽히 죄이는 실처럼 느껴졌다.
"이 건이 결착되기 전까지, 일절 새로운 청부를 받지 않을 것이네."
그 말이 떨어지자 장내의 공기가 눈에 띄게 무거워졌다.
그러나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철전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낯을 짚어 보듯 눈길을 흘렸다.
"살수련과 본동이 한데 묶여 움직이지는 않을 걸세. 본동은 본동의 법도로 움직일 것이네. 허나 뜻이 같다면, 길이 잠시 겹치는 일쯤은 피할 수 없겠지. 결국 해야 할 일은 하나일세."
그의 마른 손이 석탁 위에 구겨진 서찰을 짚었다.
"동방호를 찾아내야 하네. 그리고 죽여야 하지."
짧고 단정한 말이었다.
누구도 되묻지 않았다.
"동방호가 쥔 모든 것을 거두고, 불태워야 하네. 음지의 숨구멍은 음지의 재가 되어 사라져야지, 양지의 탁상 위에 펼쳐져선 안 되는 법이니."
흑포선자의 눈매가 날카롭게 휘어졌다.
"동주, 패왕부주는 어찌하실 작정이오? 동방호를 도모해도, 그 자가 건재한 한 살계가 위태로운 것은 매한가지 아니오."
철전자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만일 본동의 행자 중에, 그의 단 한 합을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진군하를 도모하는 것도 좋겠지."
평이한 어조였으나 그 한마디가 품은 무게는 이제껏 오간 말들 가운데 단연 가장 무거웠다.
하지만 철전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맺었다.
"허니, 일단은 다들 이 시에 담긴 뜻을 푸는 것에 집중하게."
정적이 감돌았다.
침투와 살행에는 능한 자들이었으나 글월 한 줄의 비의를 푸는 데까지 재주가 미치는 자는 많지 않았다.
철전자는 그 정적을 한동안 묵묵히 받았다.
그러다 마침내 아주 느리게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이 닿은 끝에는 줄곧 말없이 한켠에 서 있던 사내가 있었다.
철전자가 입을 열었다.
"자네는 어떠한가."
전음입밀⁴²이었다.
그의 심중엔 다른 이들에게 던진 말들과는 자못 다른 결이 묻어 있었다.
애써 기대를 감춘 듯하면서도 이미 어느 정도는 사내가 해법의 실마리를 쥐고 있으리라 짐작하는 투였다.
"무언가 알아낼 것 같나?"
사내는 곧장 답하지 않았다.
대신 서찰을 무심한 손길로 접어 들고는 똑같이 전음입밀로 응수했다.
"알 만한 사람은 떠오르지 않소만… 알아낼 수 있는 곳은, 알 것 같소."
¹ : 沈明洞
² : 猛阿窟
³ : 渤州
⁴ : 鐵律行者
⁵ : 鐵箭者
⁶ : 血敎
⁷ : 定天血變
⁸ : 正邪大戰
⁹ : 殺界
¹⁰ : 劍譜血事
¹¹ : 蒼天劍客
¹² : 遺笈
¹³ : 覇主
¹⁴ : 洞主
¹⁵ : 黑布仙子
¹⁶ : 堂陵
¹⁷ : 大殺閣
¹⁸ : 暗幕
¹⁹ : 百蛇殿
²⁰ : 病顔軍師
²¹ : 殺手聯
²² : 迫蝴山鬼
²³ : 破壁棍
²⁴ : 萬富莊
²⁵ : 隱影團
²⁶ : 狼人
²⁷ : 商敵
²⁸ : 商界
²⁹ : 覇王府
³⁰ : 鐵血武帝
³¹ : 嫡子
³² : 覇王門
³³ : 鐵月幇
³⁴ : 黑龍幇
³⁵ : 黑道
³⁶ : 天力敎
³⁷ : 高魔城
³⁸ : 白林盟
³⁹ : 下汚門
⁴⁰ : 黃泉一路逼目前手上血痕未曾湔 失鞘斷劍亦難擲微塵薄緣猶未斷 海上秋風冷如刃過耳殘聲總牽情 若問老身今何去獨行不返更無因
⁴¹ : 舞原
⁴² : 傳音入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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